[ 한국미디어뉴스 이원영 기자 ] 어둡고 노후한 이미지로 각인됐던 남동국가산업단지가 새로워지고 있다.
부족했던 생활문화 인프라를 채우고, 지역 문제를 문화예술로 접근해 해결하려는 특별한 시도가 진행 중이다.
인천 남동문화재단은 최근 한국산업단지공단 인천지역본부와 함께 진행한 ‘산.단.다(多)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고 26일 밝혔다.
산.단.다(多) 프로젝트는 ‘산단에도 사람들이 살고 있다. 문화예술로 남동산단이 살아난다. 산단에도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많아진다. 다양해진다’는 의미를 담은 남동문화재단의 2023년 정책특화 사업이다.
남동문화재단은 올해 초 출범 이후 남동산단이 처한 열악한 근로환경과 생활문화 인프라 부재에 주목했다.
이를 위해 재단은 한국산업단지공단 인천지역본부와 ‘남동 문화산단 조성 정책간담회’를 갖고, 남동산단을 ‘밤에도 빛나는 산업문화공간’으로 바꾸기 위한 기관 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어 3월에는 청년이 선호하는 문화 산단 조성을 위해 인천테크노파크, 인천카톨릭대 등과 ‘인천산단 I-Lighting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실무 협약을 맺고, 산단공으로부터 사업보조금을 유치했다.
이후 I-Lighting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재단만의 색깔을 더해 기획된 산.단.다(多) 프로젝트는 ▲근로문화환경개선 시범사업 ▲근로자를 위한 문화 예술 체험행사 ▲문화산단 홍보 영상컨텐츠 제작 등 세 가지 사업으로 나눠 추진됐다.
우선 근로문화환경개선 시범사업은 무채색의 산업단지에 예술벽화 시공으로 일상 속 문화 환경을 제공한다.
사업 대상으로 장인가구 건물(슈퍼그래픽 벽화)과 ㈜영원코퍼레이션 건물(미디어파사드 벽화)이 선정됐다.
특히, ㈜영원코퍼레이션 건물에는 국내외에 널리 알려진 드로잉 전문작가 김신아(SINA)가 참여해 프로젝션 맵핑 기술이 더해져 밤에는 살아있는 벽화로 변신, 완공 전부터 주변의 관심과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영원코퍼레이션은 우리나라 최초의 탄산수기 제조업체인 점에 착안한 깨끗한 물과 스파클링 효과를 아트적 관점으로 표현한 예술벽화와 아나모픽 기법으로 연출한 미디어 벽화가 시공됐다.
밤이면 깜깜해 우범지역처럼 느껴지던 산단의 골목길을 환하게 비춰 ‘밤에도 빛나는 산단’을 구현하며 남동산단 브랜드화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10월 11일 논현포대근린공원에서 열린 ‘제1회 산업단지 근로자 퇴근길 콘서트’는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다.
인천시가 주최한 이 행사에 남동문화재단은 산단공 인천지역본부 등과 공동 주관 기관으로 참여했다.
산단 근로자와 인근 지역주민 등 1천여 명의 관람객이 참여한 가운데 재단은 모든 이들이 공유할 수 있는 문화예술체험 행사를 기획․운영했다.
특히, 데스크테리어와 우드카빙, 캐리커쳐 등 산단에서 접하기 힘든 생활문화 체험의 기회를 제공해 참여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재단 관계자는 “대규모 주거단지에 둘러싸인 남동산단의 특성상 이번 콘서트와 같이 인근 지역과 경계를 허물고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는 교류의 장이 산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꾸고 지역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확신을 얻었다”라고 설명했다.
지역예술인과 함께하는 문화산단 홍보 영상 콘텐츠 제작은 청년층에 어필할 수 있는 음원을 제작하기 위해 실력과 대중성을 겸비한 인하대 힙합동아리 ‘개로’와 협업해 ‘팔레트(palette)’란 곡을 완성했다.
‘개로’는 지금의 무채색 산단이 다양한 색을 담고 있는 팔레트처럼 새로워질 것이란 메시지를 가사에 담았고, 어둡고 삭막한 산단이 문화예술로 변화한다는 내용의 영상이 뮤직비디오 형식으로 제작됐다. 현재 재단 유튜브 및 유관기관 SNS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송출되고 있다.
이번 영상은 단순 홍보 영상이 아닌 인천지역 극단의 배우들과 남동구청 청년예술인 ‘푸를나이’, ‘꽃다지 풍물패’ 그리고 지역 청소년 댄스팀의 참여로 이뤄진 종합예술영상이다.
남동산단은 남동구의 7천여 기업들과 10만여 명의 근로자들이 근무하는 소중한 일터이지만, 아직 각종 규제로 그 흔한 카페와 식당조차 찾기 힘은 실정이다.
재단은 더 늦기 전에 남동산단을 모두가 공존하는 새로운 산업문화공단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15분 문화슬세권(15분 정도면 닿을 수 있는 곳에 갤러리, 서점, 카페, 미술관 등을 만드는 것)이 곧 지역의 경쟁력이고 지역 소멸도 막을 수 있다는 문체부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
남동구민과 산단 근로자 모두가 체감할 수 있는 문화예술의 향유 기회 확대를 위해 시범사업 과정에서 드러난 성과와 시행착오들을 면밀히 재검토하고 유관기관들과의 지속적인 소통이 중요한 시점이다.
재단 관계자는 “문화예술이 지역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방식으로 현장에 적용될 때 더욱 진정한 가치가 드러난다”라며 “남동구의 지역자원인 남동산단이 문화산단으로 거듭나는데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 나가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