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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 부는 ‘행복한 돌봄의 바람’

- 인간존중 치매돌봄기법(휴머니튜드) 적용 1년 … 환자와 돌봄 직원의 변화 

-‘휴머니튜드’확산·강화 원년, 휴머니튜드 교육 관리 지속하고 효과성 연구도 

[ 한국미디어뉴스  이원영  기자 ] 인천시에 ‘행복한 돌봄의 바람’이 일고 있다. 관리의 대상이 아닌 관계의 대상이 된 환자의 얼굴엔 미소가 번지고, 환자와 소통이 가능해진 돌봄 종사자의 업무 만족도도 높아졌다.

 

지난해 5월 국내 최초로 인간존중 치매돌봄기법을 적용한 지 일 년 남짓한 시간, 인천시립노인치매요양병원에 일어난 놀라운 변화, 변화를 이끈 것은 인간존중 치매돌봄(이하 휴머니튜드)이다.

 

2019년 국제치매케어 워크숍을 통해 국내 처음으로 휴머니튜드 기법을 소개한 인천시는 2021년 프랑스 휴머니튜드 교육기관인 아이지엠(IGM)연구소와 휴머니튜드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휴머니튜드 전문교육자 5인은 2023까지 기본교육 수료자 172명(종사자 498명의 34.5%)을 배출했으며 현재 휴머니튜드 돌봄을 적용하고 있는 인천시 공공치매관리시설은 20곳에 이른다.

 

휴머니튜드 돌봄의 마법 … 휴머니튜드 돌봄의 기본 철학과 효과

 

프랑스 체육교사인 이브지네스트와 로젯 마리스코티가 개발한 휴머니튜드는 치매환자를 환자가 아닌 인간으로, 관리의 대상이 아닌 존중의 대상으로 대하는 것을 핵심 철학으로 하는 인간존중 치매돌봄 기법이다.

 

치매로 인해 누군가에게 의존하는 상황이더라도 돌봄이 강요나 강제로 느껴지면 반갑지 않다. 치매 환자 백만 시대. 우리 모두는 나이가 들고 노인이 된다. 치매와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다면 서로의 인간다움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행복한 돌봄이 필요하다.

 

환자의 반응을 살피며 교감하는, 관계성에 집중한 휴머니튜드 돌봄은 네 가지 큰 기법*과 150가지 세부 기술로 이뤄져 있다.

보다(Gaze)·말하다(Speech)·만지다(Touch)·서다(Assistance to stand up)

 

시야가 좁은 환자와 시선을 맞추고(보다), 적절한 반응이 없더라도 말을 걸어(말하다) 환자 스스로를 소중한 존재로 인식케 하는 것, 피부로 느끼는 감각으로 감정을 전달(만지다)하는 행위는 모두 환자의 불안감을 덜고 편안함과 신뢰감 행복감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실제로 뇌세포 손실로 발생하는 치매 환자에게도 감정을 담당하는 변연계에는 거의 변화가 없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치매가 진행되도 감정은 끝까지 살아있다는 말이다. 이렇게 신뢰 관계가 형성되면 더 이상 돌봄도 어렵지만은 않다.

 

또한 휴머니튜드 돌봄의 궁극적 목표인 직립(서다)은 인간 본연의 정체성을 상징한다. 다른 사람들과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을 인식케 하는 직립은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것으로 이어지며 환자가 가진 능력을 활용해 의존을 줄일 수 있도록 돕는다고 믿는다.

 

우리보다 일찍, 2014년에 휴머니튜드 돌봄을 도입한 일본에서는 ▲환자의 공격 행동 발생 빈도 저하 ▲돌봄 수용도 상승 ▲돌봄 소요 시간 단축과 휴머니튜드 돌봄의 상관관계에 대한 여러 연구자료가 발표됐다.

 

시는 올해 전문기관 연구용역의 의뢰를 통해 휴머니튜드 돌봄의 효과성을 평가하고 인천형 돌봄 모델의 근거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안, 공립 치매시설 종사자 60% 휴머니튜드 돌봄 기본교육 이수 목표

재가 치매환자를 위한, 환자 가족 대상 분기별 돌봄 특강도 개설

 

인천시는 올해를 ‘휴머니튜드’확산·강화의 원년으로 삼고 가정에서 시설까지 인간중심 치매돌봄문화 정착을 위해 체계적인 교육과 관리는 지속할 계획이다.

 

먼저 올해 말까지 공립요양병원, 치매안심센터, 치매전담형 주간보호센터 등 인천시 공립 치매시설 종사자의 돌봄 기본교육(레벨1) 이수율을 60%까지 끌어올려 기관 내 휴머니튜드 적용을 강화할 계획이다.

 

현재 인천시 공립 치매유관기관 종사자의 34.5%가 휴머니튜드 기본교육을 이수했으며 공립요양병원(제1·2시립노인치매요양병원) 종사자의 교육 이수율은 이미 70%를 넘긴 상황이다.

 

국내 휴머니튜드 전문교육자 5인이 실시하는 기본교육은 이론과 실습을 겸한 4일 과정으로 올해 총 14차례 예정돼 있다.

 

또한 기존 기본교육 이수자에게는 재교육과 심화 교육(레벨2)을 통해 돌봄 현장의 구심점으로서의 역량을 강화하며, 전문성 유지를 위한 전문교육자(레벨3) 보수교육도 올 하반기 진행할 예정이다.

 

환자 보호자를 위한 특강도 개설된다. 인천 치매안심센터 등록 치매환자 중 재가 거주 비율은 85.1%로 높은 수준으로, 시설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인간중심 돌봄 문화 정착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인천시는 관내 공립시설을 이용 중인 치매 가족을 대상으로 휴머니튜드 기본 철학을 적용한 의사소통 이론과 실습 교육을 분기별로 4차례 진행할 계획이다.

 

조상열 시 건강증진과장은 “치매 환자를 환자가 아닌 사람 그 자체로 존중하는 휴머니튜드 돌봄은 치매가 있어도 지역 사회와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인천을 만드는 주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면서 “앞으로도 치매 환자가 존중받고 치매 가족과 돌봄 종사자가 행복한 돌봄을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산책을 마치고 돌아온 김행선(90세, 알츠하이머 2016년 진단)할아버지가

송보름달 인천광역치매센터 간호사(휴머니튜드 전문교육자)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추정치매유병률 및 치매환자 현황

 

휴머니튜드 케어의 마법을 경험한 사람들

 

① 국내 휴머니튜드 케어 전파자 _ 전문교육자 5인

 

국내 휴머니튜드 전문교육자 5인 : 좌측부터 시계방향 ▶송보름달 인천광역치매센터 간호사, 윤세희 인천광역치매센터 사무국장, 신숙희 인천 제2시립노인치매요양병원 간호부장, 김혜신 인천광역치매센터 간호사, 김진옥 인천 제1시립노인치매요양병원 간호원장.

 

 

휴머니튜드 케어 국내 첫 전문교육자가 탄생한 것은 지난해 5월.

2022년 8월부터 2023년 4월까지 10주간의 이론교육과 실습·기술훈련을 수련한 이들 휴머니튜드 전담 인력이 국내 휴머니튜드 케어 확산을 책임진다. 전문교육자 중 한 명인 김진옥 인천 제1시립노인치매요양병원 간호 원장(앞줄 오른쪽)은 휴머니튜드를 접한 이후 가장 큰 변화로 ‘좋은 돌봄’의 대한 가치를 꼽았다. 전에는 착한 돌봄, 안전한 돌봄이 좋은 돌봄이라고 생각했었다는 김 원장은“정말 좋은 돌봄은 돌봄 종사자가 아닌 대상자 중심이어야 한다”며 “대상자가 가진 기능의 회복을 돕고 궁극적으로 대상자가 행복할 수 있는 돌봄이 진짜 좋은 돌봄”이라고 말한다.

② 정덕순 인천제1시립노인치매요양병원 책임 간호조무사

 

 

정덕순 올해로 돌봄 경력 3년 차의 간호조무사다. 휴머니튜드 돌봄을 접한 지는 1년째, 덕순씨도 처음에는 치매 환자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다고 고백한다. 예측되지 않고 제어되지 않는 행동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덕순씨는 받은 교육을 현장에 적용하면서 마주하는 변화들이 극적이어서 놀랍다고 말한다. 덕순씨는 무엇보다 ‘눈 마주침’이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환자와 눈을 맞추니 대화가 가능해졌고, 소통을 통해 교감하니 환자의 행동도 이해됐단다. 이해받는다고 생각해서인지 환자들도 안정감을 찾기 시작했고 업무 스트레스도 확연히 줄었다고 말한다.

 

 

③ 이상현 동구치매안심센터 공무원

_ 2024년 8차 휴머니튜드 돌봄 기본교육 참가자

상현씨는 2024년 8차 휴머니튜드 돌봄 기본교육 참가자다. 교육 3일째 만난 상현씨는 첫날과 확연하게 달라진 환자의 변화에 놀랐다. 유난히 환자의 컨디션이 좋은 날일 수도 있지만 환자가 먼저 말을 걸어준 것을 변화로 인식한다. 상현 씨는 특히 실습 교육에 만족했다.

상현씨는“‘만지다’·‘말하다’ 등 휴머니튜드의 기법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연했는데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과 함께 배우니 더 빠르게 습득할 수 있었다.”면서 “교육 후 현장에 돌아가서도 바로 적용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이 생겼다”고 말한다.

 

④ 김유경(미추홀구)_인천제1시립노인치매요양병원 황은희 환자 보호자

 

김유경씨의 어머니는 88세다. 2018년 알츠하이머를 진단받았고 2021년 8월 인천 제1시립노인치매요양병원에 입원했다. 어머니를 병원에 모시기로 결정했지만 요양 병원에 관한 험악한 뉴스를 대할 때마다 두려움은 더욱 커졌다. “내게는 더없이 소중한 가족이 병원에서는 여러 환자 중 하나, 물리적 대상이 되는 것이 두려웠다”는 유경씨는 “입원 당시 ‘휴머니튜드 기법’에 대한 정보를 얻었고 무엇보다 엄마를 사람으로, 가족처럼 대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생겨 안도됐다.”고 말한다. 입원 후 까다로운 어머니가 간호사 중 한 분을 엄마라고 부르는 걸 보면서 병원에 대한 신뢰는 더욱 커졌다고 덧붙였다.